- 글이라면 엄청 못 쓰는 밥먹자가 쓰는 책 리뷰이므로, 읽다가 도중에 "아~놔~ 글 더럽게 못 쓰네~ -_-;;" 라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글의 전체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스포를 주의해주세요.
한줄요약글: 기대보다는 조금.... 개인적으로 폴 오스터의 작품 중에는 "신탁의 밤"과 "뉴욕3부작"이 최고!!
폴 오스터의 작품 중 3번째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주인공이 우연히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만나게 되면서, 그들 3명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고 본 탓이었을까.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현재 <달의 궁전>을 읽은지는 약 4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울했다는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마르코 스탠리 포그
마르코 스탠리 포그. 그는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후 그의 외삼촌 빅터와 함께 살고 있었다. 외삼촌이 죽은 후 그는 외삼촌의 수많은 책들을 맡아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그곳은 건물 사이로 Moon Palace라는 중국 음식점 간판이 보이는 곳이다. 그는 그 글자들을 보고 자신이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깨닫는다. 아무 일도 안하며 지내던 그는 돈이 점점 떨어지자 외삼촌의 책을 꺼내 읽고 다 읽은 책들은 헌책방에 팔아 넘긴다. 돈은 계속 떨어져서 결국 집에서 쫒겨나 공원에서 별별 미친 짓들은 다 하며 지낸다.
에핑 흉(=토머스 바버)
포그는 성격이 고약한 괴짜 할아버지인 에핑 흉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는 화가였고 그림때문에 사막으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한 사건에 의해 사람을 죽이고 얻은 돈을 가지고 부자로 살아가지만, 결국 우연한 사고에 의해 휠체어 신세가 되어버린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폴 오스터의 인물스러운" 사람이 바로 에핑 흉이 아닌가 싶다. 뭔가 미스테리하고 알 수 없는 성격과 우연에 의해 삶이 극과 극으로 왔다갔다하는 인물.
솔로몬 바버
포그는 에핑이 갖다 놓은 책을 보고 솔로몬 바버라는 교수가 에핑의 아들임을 알게된다. 또한 에핑이 죽고난 후 솔로몬 바버에게 에핑의 유언장을 전해주면서 그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이 솔로먼 바버라는 인물은 엄청난 몸무게를 가진 거구로, 불미스러운 스캔들 때문에 이름없는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이다.
어느 날 바버는 포그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살았던 동굴에 가보자고 하여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포그의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슬퍼하는 바버를 보고 주인공은 화를 내고, 바버는 그의 기세에 뒷걸음질 치다가 육중한 몸무게 때문에 구덩이로 떨어져 척추를 다치게 된다. 결국 그는 병원 신세를 지다가 사망하고, 포그는 혼자서라도 남은 여행을 가게 된다. 하지만 어떤 마을에서 돈가방을 모조리 도둑맞고, 동굴은 호수가 들어서 물에 잠겼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랑하는 여인은 떠나가고, 동굴은 사라지고, 수중에 있는 돈도 모두 도둑맞은 주인공은 하늘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면서 다시 재기할 것을 꿈꾼다.
<문 라이트> 그림
에핑 흉은 주인공에게 <문 라이트>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어떤 말도 하지 않으면서 기차를 타고 그 그림이 있는 미술관에 다녀오라고 한다. 그림을 다양한 각도로 관찰하여 눈을 감아도 떠오를 정도로 만들고, 올 때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그림만을 생각하면서 오라고 한다. 이 <문 라이트> 그림에 대한 묘사는 주인공이 미술관에 가서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때 등장하게 되는데, 보름달 아래 몇몇 인디언이 자연 속에서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조화되어 있는 풍경이다.
이 책의 제목이 <달의 궁전>이고 거기에 나오는 그림이 <문 라이트>라면, 독자는 <문 라이트>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문 라이트>는 이 책의 마지막 장면과 시각적으로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서의 포그의 상황은 무척이나 비극적이지만, 머리 위에 크게 떠 있는 "보름달"은 그의 긍정적인 미래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 (참고로 <문 라이트>란 그림은 실제로 있는 그림인데, 내가 상상했던 그림과는 분위기가 좀 달라서 배신감 느꼈다. -_-;;)
태양은 과거고, 지구는 현재고, 달은 미래다.
책 중간에 <태양은 과거고, 지구는 현재고, 달은 미래다.> 라는 구절이 2번 정도 등장한다.
달이 미래라면, 마지막 장면에서의 보름달은 주인공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미래, 곧 희망이 될 것이다. 그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은 <달의 궁전>이라는 음식점 옆에 살았고, 그 음식점에서 위의 구절이 담긴 종이를 읽었다. 또한 <문 라이트>그림을 보았고, 마지막 장면은 마치 그가 그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폴 오스터의 <우연>을 바탕으로 한 3대의 이야기가 <달>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시간에 따라 기울기도 하고 차오르기도 하는 <달>은 마치 3대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다. 폴 오스터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우연>한 사건 때문에 삶이 극과 극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 등장인물들의 삶이 꼭 <달>을 보는 것 같다.
결국 달은 미래이기도 하고 마르코 스탠리 포그이기도 하며, 지구는 솔로몬 바버, 태양은 에핑 흉이다. 또한 달은 그들 모두이기도 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조금은 우울하고 그다지 참신한 내용(3대의 우연)은 아니었지만, 역시 폴 오스터의 글은 "이상하게도" 재미있다. 은근한 궁금증을 자아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래서 내가 폴 오스터의 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2005.2